오래전에 사놓고 못 읽었던 <소셜 오가니즘: 디지털 생태계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읽었다. 애초에 이 책을 골랐던 이유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가진 몇 안되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고 이미 삶의 일부가 되었지만, 소셜 미디어가 갖는 영향이나 함의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가진 책은 의외로 찾기가 쉽지 않다(비즈니스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내용을 제외하고). 소셜 미디어와 관련된 책을 검색해보면, 필터 버블, 그릇된 정보(disinformation)의 확산, 중독 등 소셜 미디어의 부작용이나 해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많다. 그런 영향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소셜 미디어의 가능성이나 긍정적 측면을 다룬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Social Organism: A Radical Understanding of Social Media to Transform Your Business and Life 이다. 부제에 business 가 들어가 있지만, 사실 그에 대한 얘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Radical 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인간 사회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간주하고,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게 된 현재의 상태를 진화의 (거의) 마지막 단계로 간주하는 것이다. 사실 사회 유기체라는 개념도 이미 있던 개념이고, (책에 소개되어 있듯이) 밈(meme) 등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의 개념을 많이 빌어오고 있다. 이러한 개념들을 바탕으로, 생명체의 핵심 속성들을 통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인간 사회의 현재 모습과 이후의 발전상들을 살펴보는 것의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소셜 미디어에 대해 관심있는 독자의 입장에서 반가운 책이었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 관련 현상에 대해 거시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소셜 미디어 관련 현상들도 미시적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부정적인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소셜 미디어의 보급과 확산을 단지 친구가 사용하기 때문에 따라서 사용하는 것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인간 상호작용에 주는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논의들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후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받는다는 측면에서는 이전에 읽었던 <알고리즘이 지배한다는 착각> 만큼은 아니었던 점은 아쉽다. 나중에 다시 읽어볼 기회가 생긴다면, 그 때는 이런 측면에 초점을 두고 읽어볼 생각이다.